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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30. 07:30끄적끄적/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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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활을 시작하며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어려움도 겪었다. OT 때까진 잘 몰랐다. 21세기에도 토목과에 군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절대 비하나 비난, 또는 비판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말하고 싶다. 단지 내가 겪은 일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며, 선배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당시 시스템을 시간이 지나고서야 이해했다. 개성 있는 옷차림으로 인생 상담을 듣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잠이라도 자면 선배들이 수업을 잘 들을 수 있게 도와줬다. 학과 행사에 빠지면 모두 한 곳에 모여 전원이 올 때까지 다 같이 온 마음으로 기도했다. 이후 편입을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모든 것들을 이해했지만, 그 당시의 나에겐 지옥 같았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방황을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나를 기억하는 모두에게 난 ‘범생이’였다. 선생님들은 모두 날 좋아했고 어머니 지인 분들도 나를 좋아했다. 무색무취한 나였지만, 딱히 나를 싫어할 사람도 없었다. 무미건조한 삶을 바꾸고 싶었기에, 대입과 동시에 살을 17kg 감량하게 되었다. 한번 제대로 놀아보고 싶었다. 그것이 방황의 시작이었다.

  학교 수업은 한 달 가까이 안 나가고 대리출석을 해서 시험을 보러 가다보니 계절이 바뀌기도 했고, 이 모임 저 모임 다니며 종횡무진 서울 곳곳을 누볐다. 그러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듯 군대에 갔다. 공군에 가서 다행히 좋은 보직을 받아 일병 때부터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재수, 전문대학원 준비, 취업준비를 두고 끝없이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고등학교 때 가고 싶던 수자원공사가 생각나서 취업준비를 하기 위해 스펙을 알아보았다. 전문대학원 1차 조건에 필요한 영어점수를 시작목표로, 나는 스펙을 쌓기 시작했다. 다행히 공군 중에서도 보직을 잘 받아서 여가시간에 공부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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