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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29. 07:49끄적끄적/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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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를 주작했던 학생


  ‘주작’이란 단어를 아는가. 아마 이 책을 읽을 대학생 분들이나 회사에서 대리급 분들이라면 알 것이라 생각한다. ‘주작’은 조작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단어이다. 그렇다. 제목 그대로 나는 대학교 1~2학년 때 성적표를 주작했다. 물론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은 가족 외에는 피해를 주진 않았다. 피해를 줬다면 내가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니 안도하라. 당시 대학 성적표는 우편으로 배송되면서 온라인 확인도 가능했다. 난 집 주소를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주소로 바꿨고, 성적표는 친구가 대신 받아줬다. 온라인 성적표는 그림판으로 어설프게 바꿨다. 
  성적표 주작에는 성적보다 더 심오한 이유가 있었다. 과거 난 대입에서 원하는 결과를 못 얻어서 재수를 하려고 했었다. 부모님과의 의견차이로 실랑이를 하다 대학에 일단 지원을 하고 입학했다. 열심히 하겠다던 약속과 성적과의 괴리는 매우 심했다. 공부에 흥미도, 동기도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입대 전 과에서의 성적은 뒤에서 3등이었다. 친구들에게도 말 못한 사실이었다. 

  입학할 때 과의 진로와 직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지원하는 수험생은 많지 않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은 환경을 2학년 때부터 같이 배운다는 것이었고, 나는 과천에서 등하교할 때 보곤 하던 ‘수자원공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환경공학과로 가면 수자원공사랑 연관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더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다. 자세한 정보도 없이 입학한 것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토목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 어려움이 될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나는 어릴 때 보던 시트콤의 단편적인 기억들로 대학생활에 로망을 갖고 있었다. 막연히 나도 대학생이 되면 여자 친구가 바로 생길 줄 알았다. 대부분이 그렇듯 수능에 맞춰 입학을 하면 생각과 다른 현실에 당황한다. 나는 당황을 넘어서 방황했다. 몇 주 다니다보니 선배들에게 듣게 된 점들은 첫째, 환경공학과는 취업이 잘 안된단다. 둘째, 환경공학을 제대로 배우려면 석사까지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대입에 대한 실패(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일 뿐이다. 전 학교에 대한 비하는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를 이유로, 공부를 오래 하고 싶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학과 커리큘럼이 ‘토목’ 위주라고 했다. 그래서 결론은 토목을 위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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